펜싱 결승을 처음 보는 사람은 11-13이면 거의 끝난 경기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브르는 그렇지 않은 종목입니다. 한 번의 공방이 1초 안에 끝나고 득점이 연속으로 쏟아지는 구조라 4점 차도 몇 번의 교환으로 사라집니다.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2026년 9월 23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 선천펑에게 11-13으로 뒤진 뒤 4점을 내리 따내 15-13으로 이긴 경기가 그 예입니다. 2022 항저우에 이은 개인전 2연패이고,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8번째 금메달이었습니다. 이 글은 9월 24일 시점의 기록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과 규칙을 해설합니다.


사브르는 왜 점수가 빨리 움직이나
펜싱 세 종목 가운데 사브르만 칼날로 베는 동작(cut)으로도 득점이 인정되고, 유효 타격 부위가 허리 위 상체·팔·머리입니다. 찌르기만 인정되는 플뢰레·에페보다 득점 기회가 많고, 두 선수가 동시에 공격해 들어가는 장면이 잦습니다. 동시에 맞으면 심판이 먼저 공격을 시작한 쪽에 점수를 주는 우선권(right of way) 규칙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사브르 경기는 “누가 먼저 움직였나”를 두고 심판 판정이 매 득점마다 나옵니다.
개인전 토너먼트는 15점을 먼저 얻는 선수가 이기고, 한쪽이 8점에 도달하면 1분간 휴식합니다. 이 휴식 전후를 1라운드, 2라운드로 부릅니다. 오상욱은 8-7에서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규칙은 국제펜싱연맹(FIE)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두 선수에게 동시에 불이 들어왔을 때 점수는 심판이 우선권이 있다고 판단한 쪽으로 갑니다. 국제펜싱연맹 기술 규정은 플뢰레와 사브르에서 득점의 유효성과 우선권 판단을 심판에게 맡기고, 에페에는 우선권 규정이 없어 동시에 찌르면 두 선수 모두 득점합니다.
결승 흐름 — 11-13이 뒤집힌 과정
경기는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렸습니다. 대회 공식 경기 기록(Bout Results)의 점수 진행을 보면 오상욱은 4-1까지 앞서다 4연속 실점으로 4-5 역전을 허용했고, 이후 동점을 주고받다 8-7로 1라운드를 마쳤습니다. 대진 시드는 오상욱 2번, 선천펑 5번이었습니다.
| 구간 | 점수 | 상황 |
|---|---|---|
| 1라운드 초반 | 4-1 | 3점 차 리드 |
| 1라운드 중반 | 4-5 | 4연속 실점으로 역전 허용 |
| 1라운드 종료 | 8-7 | 리드 회복, 1분 휴식 |
| 2라운드 초반 | 8-11 | 라운드 시작 직후 4점 연속 실점 |
| 2라운드 중반 | 11-11 → 11-13 | 3연속 득점으로 동점 뒤 2점 연속 실점. 2점만 더 내주면 패배 |
| 종료 | 15-13 | 4연속 득점으로 역전, 금메달 |

점수 진행에서 눈에 띄는 것은 4점짜리 연속 득점이 세 번 나왔다는 점입니다. 1라운드 4-1에서 4-5가 된 4연속 실점, 2라운드 시작 직후 8-7에서 8-11이 된 4연속 실점, 그리고 11-13에서 15-13으로 끝낸 4연속 득점입니다. 2라운드 점수만 따로 보면 오상욱 7점, 선천펑 6점이었습니다. 공식 기록상 두 선수 모두 옐로카드·레드카드는 받지 않았습니다.

다섯 대회 연속 금메달은 어떤 기록인가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은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한국 선수가 연속으로 우승하고 있습니다. 구본길이 2010년, 2014년, 2018년 세 대회를 연속 우승했고, 오상욱이 2022 항저우와 2026 나고야를 이어받았습니다.
- 2010 광저우 — 구본길
- 2014 인천 — 구본길
- 2018 자카르타·팔렘방 — 구본길
- 2022 항저우 — 오상욱
- 2026 아이치·나고야 — 오상욱
16년 동안 한 종목 개인전을 한 나라가 놓치지 않았고, 그 사이 우승자는 두 명이었습니다. 오상욱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로는 처음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땄고 단체전까지 우승해 2관왕이 됐으며, 이후 한 시즌 대표팀을 떠나 휴식한 뒤 2025~2026시즌 복귀했습니다. 이번 대회가 복귀 후 첫 종합대회였고, 세계랭킹 3위로 팀 동료 도경동(2위)보다 낮았지만 타이틀을 지켰습니다.

한국 선수 간 결승은 왜 무산됐나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2위 도경동(대구광역시청)과 3위 오상욱이 함께 출전해 지난 세 대회처럼 한국 선수끼리 결승을 치르는 그림이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도경동이 8강에서 카자흐스탄 아르툠 사르키샨에게 14-15로 졌고, 오상욱은 준결승에서 그 선수를 15-9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직전 대회들에서 한국 선수가 금·은을 나눠 가졌던 종목에서 이번에는 금메달만 나왔습니다.
토너먼트 종목에서 한 나라 두 선수가 결승에서 만나려면 대진표 반대편에 배치되고 둘 다 준결승까지 살아남아야 합니다. 개인전 토너먼트는 한 경기를 지면 바로 탈락하는 15점 단판이라, 도경동의 8강 패배는 1점 차였습니다.
같은 시점의 한국 펜싱 성적과 남은 일정
오상욱의 금메달은 전날 여자 에페 개인전 송세라에 이어 한국 펜싱의 두 번째 금메달이었습니다. 같은 날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박지희(서울특별시청)가 은메달,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윤정현이 동메달을 땄습니다. 9월 24일 기준 펜싱 메달은 금 2, 은 1, 동 1이었습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9월 26일에 편성돼 있었습니다. 단체전은 개인전과 달리 3명이 번갈아 나와 45점을 먼저 채우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라 개인전 15점제와 흐름이 다릅니다. 단체전 결과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으며 대회 공식 결과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송세라의 결승 경기는 송세라 여자 에페 금메달 글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브르 결승은 왜 라운드가 나뉘나요
15점을 먼저 얻는 선수가 이기고, 한쪽이 8점에 도달하면 1분간 휴식합니다. 이 휴식 전후를 1라운드, 2라운드로 부릅니다. 오상욱은 8-7에서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사브르와 에페, 플뢰레는 무엇이 다른가요
사브르는 베기와 찌르기가 모두 인정되고 허리 위가 유효 부위이며 우선권 규칙이 있습니다. 플뢰레는 찌르기만 인정되고 몸통이 유효 부위이며 우선권 규칙이 있습니다. 에페는 찌르기만 인정되지만 전신이 유효 부위이고 우선권 없이 먼저 찌른 쪽이 점수를 가져갑니다. 그래서 에페는 동시 득점이 나오고 사브르는 나오지 않습니다.
선천펑은 어떤 선수인가요
중국 남자 사브르 대표로 이번 대회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땄습니다. 결승에서 오상욱에게 11-13까지 앞섰던 선수입니다.
참고한 자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펜싱 종목 안내 (공식 사이트, 2026-09-28 확인) — 원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Men’s Sabre Individual Gold Medal Bout — Bout Results」 공식 경기 기록 (2026-09-23, 2026-09-28 확인) — 원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9월 23일 펜싱 경기 결과 (8강·준결승 포함, 2026-09-28 확인) — 원문
국제펜싱연맹(FIE), 「Technical rules」 (2026년 8월판, t.39·t.41·t.76~t.97, 2026-09-28 확인) —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