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매매 화면에 ‘투자한도 100%’라고 적힌 ETF를 예금처럼 원금이 지켜지는 상품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지만, 이 표시는 적립금 전부를 넣어도 된다는 규제상 한도일 뿐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은 10월 27일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2027년 1월부터 퇴직연금 ETF의 매매·검색 화면과 상품제안서, 적립금운용현황보고서에 위험등급을 함께 표시하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퇴직연금사업자는 전산 개발 일정에 따라 2027년 상반기 안에 적용합니다.


투자한도 100%와 70%는 무엇으로 갈리나
DC형과 IRP처럼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는 퇴직연금 계좌는 상품 종류마다 담을 수 있는 비율이 다릅니다. 금감원 발표와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기준은 세 갈래입니다.
- 100%까지 —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 100%까지 — 주식 편입 비중이 50% 미만인 ETF처럼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
- 70%까지 — 일반 주식형 ETF, 공모펀드, 회사채, 파생결합증권 같은 위험상품
문제는 두 번째 줄입니다. 투자위험을 ‘낮춘’ 것이지 ‘없앤’ 것이 아닌데, 일부 사업자 화면에는 위험등급 없이 한도만 표시돼 있었습니다. 금감원은 “투자한도 100%는 상품의 안정성이나 원리금 보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70% 규제도 흔히 오해합니다. 이 규제는 ‘주식 비중 70% 이하’가 아니라 ‘위험상품 보유액 70% 이하’라는 뜻입니다. 적립금 5,000만 원 가운데 3,500만 원을 주식형 ETF에 넣고, 나머지 1,500만 원을 주식 비중 40%인 100% 한도 ETF에 넣으면, 계좌 전체의 주식 노출은 3,500만 원 + 600만 원 = 4,100만 원으로 82%가 됩니다. 규제를 지켰어도 계좌의 실제 위험은 한도 숫자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계산으로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형인데 위험등급이 오른 경우
ETF 위험등급은 1등급(매우 높은 위험)부터 6등급(매우 낮은 위험)까지 여섯 단계입니다. 설정 후 3년이 지나면 그동안의 수익률 변동성을 반영해 다시 매기므로, 처음보다 등급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금감원이 든 사례는 만기가 긴 국고채에 투자하는 한 채권형 ETF입니다. 2022년 8월에는 5등급(낮은 위험)이었는데 2026년 8월에는 3등급(다소 높은 위험)으로 다시 분류됐습니다. 그런데도 이 상품은 여전히 적립금의 100%까지 담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국고채’라는 이름과 ‘100%’라는 한도만 보고 고르면 지금의 위험 수준을 놓치게 됩니다.

2027년부터 화면에서 달라지는 것

바뀌는 곳은 세 군데입니다. 퇴직연금 ETF를 사고파는 모바일·인터넷 화면과 상품 검색 화면에는 투자한도 옆에 위험등급이 함께 뜹니다. 사업자가 주는 상품제안서에도 위험등급이 들어갑니다.
가장 실용적인 변화는 적립금운용현황보고서입니다. 지금은 보유 상품별 매입원금, 평가손익, 적립금을 보여 주는데 여기에 위험등급이 추가됩니다. 산 뒤에 등급이 바뀐 상품도 정기 보고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규모가 있습니다. 2026년 6월 말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 적립액은 198조 원이고, 이 가운데 ETF가 99조 8,000억 원으로 절반을 넘습니다. 2023년 말 ETF 투자액이 9조 원이었으니 2년 반 사이 약 11배로 늘었습니다.

지금 내 계좌에서 확인할 것
2027년 화면 개편을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위험등급은 지금도 상품의 투자설명서와 운용사 공시에 나와 있습니다. 아래 순서로 한 번 점검해 두면 됩니다.
- 퇴직연금 계좌에서 보유 상품 목록과 상품별 금액을 확인합니다
- 상품마다 현재 위험등급을 투자설명서나 운용사 누리집에서 찾습니다. 산 시점의 등급이 아니라 지금 등급을 봅니다
- ‘100% 한도’ 상품의 주식 편입 비중을 확인해 계좌 전체의 실제 주식 노출을 위 계산처럼 더해 봅니다
- 본인의 투자성향 진단 결과와 비교합니다. 성향보다 위험한 상품이 섞여 있는지 확인합니다
외벌이 가구처럼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수익률보다 이 점검이 먼저입니다. 어떤 상품을 유지하거나 바꿀지는 각자의 은퇴 시점과 투자성향에 따라 다르며, 판단이 어렵다면 퇴직연금사업자의 상담 창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투자한도 기준은 2026년 10월 현행 퇴직연금 규정 기준이며, 규정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련 글: 퇴직금 IRP로 받으면 세금 얼마나 줄어드나, 연차별 70·60·50% ·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900만원, 소득별 환급액 계산 · 연금 받으면 세금 내나, 771만 원과 1,500만 원 기준
본 글은 제도 안내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참고한 자료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ETF, 투자한도 뿐만 아니라 위험등급도 확인하세요」 보도자료 (2026-10-27) — 보도자료 목록
국가법령정보센터, 「퇴직연금감독규정」 (2026-10-29 확인) — 원문
한국일보, 「’투자한도 100%’도 원금 손실 가능성… “퇴직연금 ETF, 위험등급 확인하세요”」 (2026-10-27, 보도 기준) — 원문
비즈니스워치, 「”원리금 보장 아닙니다”…퇴직연금 100% 투자 ETF ‘위험등급’ 표시한다」 (2026-10-27, 보도 기준) — 원문
아시아경제, 「퇴직연금ETF ‘투자한도 100%’ 믿었다간 낭패…금감원, 위험등급 병기 추진」 (2026-10-27, 보도 기준) —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