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연체된 대출과 예금을 상계해 버리면, 최저생계비만큼이라도 돌려받으려면 법원 판결문을 떼 와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대다수 은행이 그렇게 안내해 왔지만, 법원 판단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2024년 금융결제원 계좌조회 내역과 입출금 내역만으로도 압류금지 예금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9월 30일부터 은행 창구에서 은행권 전체 잔액을 한 번에 조회해 입증 자료로 쓰는 서비스가 은행별로 순차 시행됩니다.

같은 은행에 대출과 예금이 있으면 해당될 수 있습니다
상계는 은행이 고객에게 받을 돈(대출)과 돌려줄 돈(예금)을 맞바꿔 정리하는 것입니다. 대출이 연체되면 은행은 약정에 따라 같은 은행에 있는 예금으로 대출을 갚는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급여나 생활비가 대출받은 은행 통장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이 문제에 가장 먼저 걸립니다.
다만 민법 제497조는 압류하지 못하는 채권은 상계로도 가져갈 수 없다고 정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가 정한 압류금지 예금, 곧 최저생계비 상당 예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026년 2월 1일 개정 시행된 민사집행법 시행령에 따라 그 기준은 개인별 잔액 250만 원 이하입니다.
계산은 계좌 하나가 아니라 사람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A은행이 상계한 예금이 150만 원이고, 그 시점에 다른 은행 계좌 잔액을 모두 합쳐 50만 원이었다면 예금 합계가 200만 원이므로 상계된 150만 원은 최저생계비 상당 예금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다른 은행에 잔액이 많으면 합계가 250만 원을 넘으므로, 은행이 전 계좌 잔액을 확인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계가 됐는지는 은행이 보내는 상계(예정)통지서로 알 수 있습니다. 금감원과 은행권의 관행 개선으로 올해 1월부터 이 통지서에 최저생계비 보호 규정, 입증 방법, 생계비계좌 안내가 들어가도록 바뀌었습니다. 통지서를 받았다면 상계 날짜와 상계된 금액부터 적어 둡니다. 뒤에서 보듯 그 날짜가 입증 자료의 기준이 됩니다.

창구에서는 무엇을 신청하나
새 서비스의 이름은 ‘최저생계비 조회용 계좌통합조회서비스’입니다. 상계 등으로 최저생계비 확인이 필요한 고객이 취급 은행에 방문해 신청하고 동의하면, 은행이 금융결제원 시스템으로 고객의 은행권 계좌 잔액을 조회해 결과를 알려 주고 상계 업무에 활용합니다.

기존에 개인이 직접 조회하던 ‘내계좌 한눈에’ 결과와 다른 점은 숨김계좌가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숨김계좌는 본인인증 수단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도 보이지 않게 설정한 계좌인데, 일부 은행이 이 계좌가 빠진다는 이유로 기존 조회 결과를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새 서비스는 이 논란을 없애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대신 은행은 조회 결과에 숨김계좌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알려야 합니다.
취급 은행은 15곳이고 시작 시기가 다릅니다. 9월 말 기준 계획은 아래와 같습니다. 10월 중에는 모든 취급 은행이 시행을 마칠 예정입니다.
| 구분 | 은행 |
|---|---|
| 9월 말 시행 | 부산, 경남, 광주, 전북, 기업, 산업, 카카오 |
| 10월 중 시행 | 국민, 우리, 하나, 신한, iM, 제주, 농협, 수협 |
| 취급기관 아님 | 씨티, SC, 토스, 케이 |

표 마지막 줄 은행들이 빠진 이유는 서비스를 안 해서가 아닙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씨티·SC·토스·케이를 포함한 8개 은행은 상계할 때 이미 최저생계비를 제외하고 있어 참여 여부를 스스로 정하게 했고, 이 가운데 하나·iM·부산·카카오 4곳만 취급기관으로 참여했습니다.

놓치기 쉬운 다섯 가지
- 이미 상계된 예금도 대상입니다 — 금감원은 최저생계비 상당 예금의 반환 요청에 대해 금융회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기한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몇 달 전에 상계된 돈이라도 요청할 수 있습니다.
- 추가 자료를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 상계한 날과 조회한 날이 다르면 은행은 그 사이 잔액 변화를 보려고 다른 은행 거래내역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상계 통지서에 적힌 날짜를 먼저 확인해 두면 준비할 기간이 정해집니다.
- 2금융권은 조회되지 않습니다 — 이번 서비스는 은행권 잔액만 보여 줍니다. 저축은행·상호금융에 예금이 있으면 은행이 ‘내계좌 한눈에’ 조회 결과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 대출 받을 때 미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 조회는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고객이 신청하고 동의해야 합니다. 대출 약정 때 미리 동의서를 받아 두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앞으로는 생계비계좌가 더 간단합니다 — 2월부터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우체국에서 1인 1계좌로 개설할 수 있는 생계비계좌는 월 250만 원 한도 안에서 압류와 상계로부터 처음부터 보호됩니다. 입증 자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이번 서비스와 다릅니다.
생활비가 한 계좌로만 모이는 외벌이 집이라면 그 계좌가 대출받은 은행과 같은 곳인지부터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같다면 생계비계좌를 따로 두는 것만으로 연체 때 생활비가 한꺼번에 묶이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생계비계좌는 1개월 누적 입금 한도도 250만 원이고, 한도를 넘는 돈을 다른 계좌로 자동으로 보내는 분리송금 제도가 2027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입법예고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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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
금융감독원·금융결제원, 「취약계층 보호 및 금융소비자 편의 제고를 위해 은행권 최저생계비 조회용 계좌통합조회서비스를 시행합니다」 보도자료 (2026-09-29) — 원문
법무부, 2월부터 ‘생계비계좌’ 도입…월 250만 원까지 압류 금지 (2026-01-20) —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제497조(압류금지채권의 상계금지) — 조문
국가법령정보센터, 민사집행법 제246조(압류금지채권) — 조문
대법원 2024. 2. 8. 선고 2021다206356 판결 (금감원 보도자료 발췌 인용)